성염색체 이야기
사람의 난자와 정자에는 각각 23개씩의 염색체가 있다.
현미경으로 동물과 식물의 세포를 관찰해 보면, 막으로 둘러싸인 둥근 핵이 보이고, 그 속에 밝은 색의 실처럼 보이는 염색체가 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람의 경우, 정상적인 세포의 핵은 23개의 염색체 쌍을 가지고 있는데, 난자와 정자에는 각각 23개의 염색체가 있고, 따라서 이 난자와 정자가 만나서 형성되는 사람의 세포는 23쌍의 염색체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들 23쌍의 염색체들은 그 크기와 모양이 각기 다르지만, 쌍을 이루는 두 염색체들은, 크기와 모양 등이 서로 대응되지 않는 X 염색체와 Y염색체의 경우를 제외한다면, 정확히 같게 보인다.
1667년도까지만 해도, 과학지식의 부재로 인해서, 성과 생식의 그 특별한 관계를 알 수 없었다. 최초의 현미경 학자인 안톤 반 레벤후크(Anton van Leeuwenhoek)가 1667년에 정액 속에 정자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는데, 그는 이 현미경적 미세 동물이 난자로 들어가서 수정될 것이라고 가정하였다. 그러나 그 후 200년 가까이 이 가설이 증명되지 못 했다. 거의 200년이 지난 1854년부터 약 20년에 걸쳐 개구리와 성게 수정을 연구하는 현미경 학자들에 의해서 암수 배우자의 융합 과정이 그림으로 상세하게 기록됨으로써 성과 생식의 관련성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염색체에 의해 성(sex)이 결정될 수 있음을 최초로 발견한 세포학자는 서튼(Sutton)이다. 20세기 초반에 그는 미국 콜롬비아 대학에서 메뚜기(Brachytola magna) 정소의 시원세포를 이용한 연구를 수행했는데, 메뚜기 정소의 시원세포들이 감수분열을 거쳐 정자로 변환됨을 관찰하였다. 그는 메뚜기 정소에 있는 시원세포가 감수분열 전에는 총 24개의 염색체를 가지며, 이 중 22개는 서로 그 크기와 모양이 일치되는 11쌍으로 구성된 상염색체들임을 관찰하였다. 그렇지만, 나머지 2개의 염색체는 서로 크기와 모양이 일치하지 않음 알게 되었고, 그는 두 염색체를 성염색체라고 명명하면서, 둘 중 큰 염색체를 X 염색체, 작은 염색체를 Y 염색체라고 불렀다.
시원세포의 감수분열로 생성된 정자들은 두 종류가 관찰되었는데, 생성된 정자의 절반은 11개 상염색체와 X 염색체를 가지고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11개 상염색체와 Y 염색체를 가지고 있음이 관찰되었다. 대조적으로 암컷 메뚜기에서 생성된 모든 난자는, 11개 상염색체와 X 염색체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계속된 관찰을 통해서, X 염색체를 가진 정자가 X 염색체를 가진 난자와 수정되면 XX 염색체를 가진 암컷 메뚜기로, Y 염색체를 가진 정자가 X 염색체를 가진 난자와 수정되면 XY 염색체를 가진 수컷 메뚜기로 성장함으로 관찰하게 되었고, 따라서 서턴은 X 염색체와 Y 염색체가 성을 결정한다고 결론내렸다.
1902년~1903년에 월터 서튼(Walter Sutton)은 자신의 연구결과와 함께, 독일의 보베리, 뉴욕의 윌슨, 그리고 여러 연구자들이 제시한 이론적 생각과 실험적 결과들을 종합적으로 정리함으로써 최초로 염색체설을 제안하였다. 서턴은 1902년에 발표한 그의 논문에서, “부계와 모계 염색체들의 쌍 형성과 감수분열 동안 이들이 분리되는 것은 … 멘델의 유전법칙의 물리적 기초를 구성할 것”이라고 제안하였고, 1903년에는 염색체가 멘델 유전 단위를 운반한다고 제안하였다.
X 염색체와 Y 염색체
사람의 수정란(zygote)은 정자와 난자가 융합(fuse)되고 다시 수정(fertilization)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생성되는데, 정자로부터 받은 한 개의 성염색체와 22개의 보통염색체(상염색체) 그리고 난자로부터 받은 같은 수의 염색체들을 갖게 된다. 즉, 완전한 23쌍의 염색체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이때 오로지 X 염색체만을 가질 수 있는 난자가 X 성염색체를 지니고 있는 정자와 수정하게 되면 그 수정란은 결국 XX 염색체을 갖는 수정란이 될 것이다. 반면 정자의 성염색체가 Y 염색체일 경우에는 그 수정란이 XY 염색체를 갖게 된다. 즉 수정란의 성별을 결정하는 유전인자는 남성의 염색체 안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버지로부터 X 염색체나 Y 염색체 중 어떤 염색체를 받느냐에 따라 자식의 성이 결정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XY 염색체를 갖는 사람의 수정란은 자라서 남성이 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Y 염색체 내에 특별한 단백질과 관련된 유전정보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같은 특별한 단백질이 과학적으로 밝혀지기 시작한 것은 1955년부터인데, 이치월드(Eichwald)와 심서(Simser)는 마우스를 이용한 실험에서 남성만이 특정 항원 단백질을 갖고 있음을 보였다. 1960년에는 빌링햄(Billingham)과 실버(Silvers)가 이 단백질을 조직적합성-Y 항원(histocompatibility-Y antigen 또는 H-Y 항원)이라고 명명하였으며, 그후 미국의 울프(Wolf) 교수를 포함한 많은 학자들에 의해 사람 뿐만 아니라 모든 포유동물들에 있어서 수컷(남성)은 이 H-Y 항원을 가지고 있음이 밝혀졌다. 즉, Y 염색체를 갖고 있는 수정란이 세포분열을 통해서 태아가 되는 과정 중에서, 아직 미분화된 상태일 때 생식기관의 세포막에 이 H-Y 항원이 생성되어 작용하게 된다. 비록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져 있진 않지만, 이 H-Y 항원이 미분화된 생식기관을 성숙한 정소(testis)로 발육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일단 정소의 형성이 시작되면 사람의 성별을 결정짓는 Y 염색체의 임무는 끝난 것으로 보인다. 그 이후에 나타나는 생식기관의 발육이나 남성적인 체격·외모와 같은 수컷(남성)으로서의 성징 발달은 정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들에 의해 조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컷(여성)의 경우에는, 그 성 결정이 H-Y 항원과 같은 특별한 물질의 도움에 의한 것이 아니고, 두 개의 X 염색체가 함께 존재함으로써 그 염색체들에 있는 유전정보의 조절에 의해 나타나는 것으로 판단된다. 여성은 Y 염색체가 없으므로 H-Y 항원이 당연히 존재하지 않으며 그에 대응하는 수용체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두 개의 X 염색체 내에 있는 유전정보의 조절에 의해 태아의 생식기관이 생성되고, 그 이후에는 미분화된 생식선이 정소 대신 난소(ovary)로 분화된다. 사람의 경우, 남성은 사춘기가 될 때까지 정자의 형성이 억제되는 반면 여성은 태아 때부터 수백만 개의 소난포들을 가지고 있으며, 이 소난포들이 자라서 성숙한 난자가 되는 것이다.
사람의 경우, Y 염색체에 있는 SRY 유전자가 남성을 결정한다.
사람의 성별을 구별짓는 방법으로는 연구된 순서에 따라서 다음의 세가지가 있다. 첫 번째 방법은 XY 염색체에 기반한 것이고, 두 번째는 H-Y 항원의 존재여부로 판단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세 번째 방법은 SRY (sex determining region of Y) 유전자의 유무를 살피는 것이다.
1980년대에 남성을 결정하는 1차적 결정자는 Y 염색체 전체가 아니라 SRY라고 하는 단일 Y 염색체 내의 특이적 유전자라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남녀의 성별을 결정짓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SRY의 유무라는 것인데, 정상인 경우 SRY 유전자는 Y 염색체의 진정염색질(enchromatic)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SRY 유전자가 남성을 결정한다는 과학적 추론은, 성염색체 이상증 환자들의 염색체 구조와 그에 따른 성전환(sex reversal) 현상에 대한 연구로부터 도출되었다. XY 염색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외형적으로는 여성인 성염색체 이상증 환자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Y 염색체의 진정염색질에 마땅히 있어야 할 SRY 유전자가 없거나 기능이 훼손된 돌연변이 SRY 유전자를 가지고 있음이 발견되었던 것이다. 대조적으로, XX 염색체를 가지고 있으나 외형적으로 남성인 성염색체 이상증 환자의 경우에는, X 염색체에 Y 염색체로부터 유래된 것으로 보이는 SRY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연구결과에 기반한 SRY 유전자에 대한 가설은, 그 후 생쥐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정말로 SRY 유전자가 수컷(남성)을 결정한다는 것이 증명된 바 있다.
Y 염색체에는 약 110개의 단백질을 암호화한 유전자들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 Y 염색체 양 말단은 X 염색체의 말단과 각각 상동이기 때문에 위상염색체 부위(pseudoautosomal regions, PARs)라고 명명되었다. 두 PARs (PAR1과 PAR2)는 30개 정도의 유전자들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들은 X 염색체와 Y 염색체 양쪽 모두에서 발견된다. 한편, Y 염색체 내에 존재하는 유전자들의 대부분은 남성 특이적 부위(male-specific region, MSR)라고 불리며 SRY 유전자와 정자형성에 필요한 유전자들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Y 염색체의 경우와 달리, X 염색체는 약 1,100 개의 유전자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성 결정과는 관련이 없는 유전자들로서, 남성과 여성 양쪽 모두에 필요한 단백질들이 암호화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SRY 유전자가 있으면 남성이 되고 SRY 유전자가 없거나 기능이 훼손되면 여성이 되는가? 수정 후 약 6주가 지나면, SRY 단백질은 XY 염색체(혹은 성전환된 XX 염색체)를 가진 배아에서 정소 발달을 활성화시키는데, 배아의 정소는 남성 생식기관의 발달을 촉진하거나 여성 생식기관의 형성을 저해하는 호르몬들을 분비한다고 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SRY 단백질이 존재하지 않으면, 정소 대신에 난소가 발달하고, 이어서 여러가지 여성 생식기관들이 발달한다.
성 결정에 있어서 SRY 유전자의 역할에 대한 이와 같은 연구를 통해서, 일반적인 경우에 사람에서 실제적인 성징의 차이를 나타나게 하는 것은 Y 염색체의 존재 여부임을, 따라서 Y 염색체를 가진 사람은 모두 남성임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과학적 결론으로, 드물게 발견되는 X 염색체 2개와 Y 염색체 1개를 가진 사람(XXY)이 남성임을, 그리고 하나의 X 염색체만을 가진 사람(XO)은 여성임을 이해할 수 있다. 즉, 이들은 각각 클라인펠터 증후군(Klinefelter syndrome)이라는 증상을 가진 남성이며, 터너 증후군(Turner’s syndrome)이라는 증상을 가진 여성이다. 이러한 증후군 증상을 가진 사람들이 태어나는 이유는, 난자 형성 과정에서 하나의 세포가 둘로 분리될 때 비분리현상(nondisjunction)이 일어나는 경우에 하나의 난자세포가 두개의 X 염색체(XX)를 갖게 되며, 다른 난자세포는 아무 것도 받지 못하게 되는데, 이들 비정상적인 난자도 정자를 만나면 수정될 수 있고 따라서 47개 또는 45개의 염색체를 갖는 수정란이 형성되고 각각의 수정란은 성인으로의 발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역으로, XXY 염색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남성이라는 사실은 Y 염색체 존재 하에서는 두 X 염색체들만으로는 여성으로 발달할 수 없음을, 즉 Y 염색체의 작용으로 인해서 생식기관이 정소로 분화되기 때문에 남성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이해될 수 있다(그런데, 여분의 X 염색체로 인해 정자 형성의 미숙과 같은 정소기능부전증(testicular dysfunction) 등이 야기된다고 한다.). 또한 XX 염색체를 가진 난자가 X 염색체를 지닌 정자를 만나 형성된 수정란의 경우, 그 유전자형이 XXX가 될 것이고, 이 XXX 염색체의 소지자는 거의가 정상적인 여성으로 자랄 수 있음이 이해될 수 있다. 한편, 비분리현상으로 생성된 성염색체가 없는 난자세포가 X 염색체를 지닌 정자를 만나 수정되면 그 수정란의 유전자형은 XO가 될 것인데, 언급한 바와 같이, 하나의 X 염색체만을 가진 사람은 터너증후군 여성이다. 터너증후군 여성들은 X 염색체 1개만을 가지고 있지만 Y 염색체가 없기 때문에 여성으로 자라기는 하지만 보통 불임이고, 2차 성징 발달이 미약하다. 반면에, 비분리현상으로 생성된 성염색체가 없는 난자세포가 Y 염색체를 지닌 정자를 만나 수정되면 그 수정란의 유전자형은 OY일 것인데, 이 경우의 수정란은 보통 배발생 단계에서 사망해서 태아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별검사에 관한 논란
국제적인 운동경기에 참가하는 여성들에 대한 성별검사(gender verification test)가 실시되고 있다. 운동경기에서 성별검사가 실시된 것은 1966년 유럽육상선수권대회가 시초였는데, 여성의 인권 존중에 반한다는 여성단체들의 반발로 인해 폐지되었다가, 1967년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다시 제기된 뒤 1968년부터 확대 실시되고 있다.
IOC는 이 성별검사를 하는 목적이 혹시 성전환을 한 남성이나 중성의 선수가, 근육이나 체력 등에 큰 이점을 지닌 채로 여자 경기종목에 참가하게 할 경우 생길 수 있는 불공평을 배제하기 위해서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렇지만, 많은 염색체 관련 학자들이나 내분비계통의 의사들은 이러한 성별검사만으로 대상자의 선수자격을 박탈하는 것이 오히려 불공평한 경우가 더 많다고 주장한다. SRY 유전자가 없거나 기능이 훼손된 돌연변이 SRY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XY 염색체를 지닌 여성의 경우, 대부분이 안드로젠 무반응증(androgen insensitivity syndrome) 증세를 보이는데, 이러한 여성은 XX 염색체를 갖고 있는 정상적인 여성과 비교했을 때 운동선수로서의 이점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안드로젠 무반응증 증세를 가진 선수의 대표적인 예가, 2006년 카타르 도하아시안게임 여자육상 800m에서 은메달을 땄던 인도의 순다라얀(32)이다. 순다라얀은 경기가 끝난 후 성별 검사에 임했는데 자신이 여성 염색체(XX)가 아닌 남성 염색체(XY)를 가지고 있는 안드로겐 무반응증 환자라는 사실을 그때서야 알게 되었고 메달은 박탈당했다.
한편, 남아프리카공화국 육상 여자 국가대표인 세메냐는 2009년 8월 19일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여자 800m 결승전에서 우승을 차지해 금메달을 딴 순간부터 ‘성 정체성’ 논란에 시달린 바 있다. 얼굴에 난 거뭇한 털, 완벽하게 갈라진 어깨 근육은 의심의 표적이 되었는데, 승리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혀 남성호르몬 주사를 맞은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그에게 성 감별 검사를 요구했던 것이다. 검사 결과, 세메냐는 ‘인터섹슈얼(intersexual, 중성)’인 것으로 밝혀졌다. 남자와 여자의 성별 특성을 모두 지닌 사람이라는 뜻인데, 밖으로 드러난 남성 생식기는 없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자궁과 난소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몸 속에선 일반 여성보다 3배 이상 많은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이 나와서 논란이 되었던 것이다. 당시 IAAF는 자체 결론을 내지 않았는데, 그로부터 6년이 지난 2015년에 슬그머니 새 규정을 발표했다. 남성호르몬 수치를 기준으로 하여 여성 운동경기 출전자를 가려내겠다는 것이었는데, “근거가 부족하고 차별의 소지가 있다”며 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제동을 걸어 이 규정은 효력을 잃게 되었다. 성소수자 차별 논란이 거세지자 IOC는 결국 안드로겐 무감응 증후군을 가진 사람이 여성으로 출전하는 것을 허용했다. 세메냐가 계속 여성으로 출전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논란이 있었다. 여자 축구선수인 박은선과 관련된 2013년의 논란이 그것이다. 박 선수는 그 시즌 득점왕이었는데, 한국여자축구연맹 소속 6개 구단이 박은선 선수를 겨냥하여 성별 진단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성 또는 양성, 왜 태어나는가?
중성은 섹스(sex)와 젠더(gender)가 상이하게 나타난다. 이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XX 염색체 또는 XY 염색체의 존재 그 자체보다는, 성을 결정하는 단일유전자인 SRY 유전자가, XY 염색체를 가진 사람이 여성의 특성을 가지게끔 그리고 XX 염색체를 가진 사람이 남성의 특성을 가지게끔 하는 특별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성(性)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는 섹스(sex)와 젠더(gender)이다. 섹스는 신체의 외형에 따라 구분되는 남성 혹은 여성을 뜻하는 반면 젠더는 몸짓, 행동, 태도 등에 의해 자신이 느끼는 남성 혹은 여성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섹스와 젠더는 일치하지만, 흔히 반음양(半陰陽)이라고 일컫는 중성은 섹스와 젠더가 서로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부생식기가 남성인지 여성인지 애매모호한 중성은 여성반음양, 남성반음양, 진성반음양으로 분류된다. 여성반음양은 염색체 검사 상으로는 정상 여성인데 외부생식기가 남성화한 경우이고 남성반음양은 염색체 검사 상으로 정상 남성이며 고환도 있지만 남성호르몬인 안드로젠(androgen)의 합성 및 작용의 장애로 인해서 외부생식기가 여성화한 경우이다. 반면, 진성반음양은 고환과 난소를 동시에 갖고 있거나 염색체 검사 결과 남성과 여성의 염색체를 공유하는 경우인데, 한 몸에 남성과 여성이 공존하는 양성이 진성반음양에 해당한다.
매우 다양한 생물종의 성 결정 기작
다른 종들은 XX 염색체와 XY 염색체에 의한 성 결정 전략에 대한 다양한 변이들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초파리의 경우 정상 암컷은 XX이고, 정상 수컷은 XY이지만 Y 염색체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X 염색체 수에 의해 최종적인 개체의 성이 결정된다. 이와 같이, 사람과 초파리에서 똑같은 비정상적인 염색체 조성에 대한 반응이 다르다는 것은 초파리와 사람의 성 결정 기작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XXY 염색체를 가진 초파리는 X 염색체가 2개이므로 암컷이지만, XXY 염색체를 가진 사람은 Y 염색체가 있기 때문에 남성이다. 대조적으로, X 염색체가 하나인 XO 염색체를 가진 초파리는 수컷이지만, Y 염색체가 없는 XO 염색체를 가진 사람은 여성이다.
XX 염색체를 가지고 있으면 여성이고 XY 염색체를 가지고 있으면 남성이라는 성 결정 전략이 보편적인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나방류 일부 종의 경우 암컷은 XX 염색체를 가지고 있지만, 수컷은 XO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예쁜 꼬마선충(C. elegans, 선충류의 일종)에서 XO 염색체를 갖는 개체는 수컷이지만, XX 염색체를 갖는 개체는 암컷이 아니고, 난자와 정자를 모두 생성할 수 있는 자웅동체이다. 조류와 나비류의 경우, 수컷은 같은 성염색체 쌍을 가지고 있지만, 암컷은 일치되지 않는 성염색체 쌍을 가진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종들에서 성염색체를 수컷은 ZZ, 암컷은 ZW로 표시한다. 꿀벌과 장수말벌은 또 다른 복잡한 성 결정의 변이를 보여준다. 이 경우에 암컷은 이배체(diploid)이고 수컷은 반수체(haploid)이다. 두 성의 염색체들이 서로 동일하지만, 온도변이와 같은 환경변화 등에 의해 성이 결정되는 종들도 있다. 도마뱀과 악어의 경우에는 차가운 온도에서는 암컷으로, 따뜻한 온도에서는 수컷으로 결정되고, 육상거북과 바다거북은, 반대로, 따뜻한 온도에서는 암컷으로, 차가운 온도에서는 수컷으로 결정된다. 아네모네 물고기의 경우에는 나이가 듦에 따라 수컷에서 암컷으로 성이 전환된다.
암수는 어떤 기준으로 구분되는가? 최근에 발견된 곤충이야기
‘괴짜 노벨상’으로 불리는 이그노벨상 생물학 부문 2017년 수상자인 요시자와 가즈노리(吉澤和徳) 일본 홋카이도(北海道)대학 교수의 “세계 첫 암수 생식기 역전 생물 발견”이 신체의 외형에 따라 암수를 구분하는 것이 옳은가라는 주제 등과 관련해서 세계 여러 나라 과학자의 논문에 잇따라 인용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요시자와 교수는 자신의 발견이 암수의 구분에 관한 기존의 기준을 바꿀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수컷의 생식기는 수컷의 것이라고 쓰여있는 전 세계의 사전은 모두 시대에 뒤처지게 됐다”고 단언했다고 한다. 요시자와 교수 연구팀이 보고한 암수역전 곤충은 브라질의 동굴 속에서 발견한 다듬이벌레인데, 암컷이 다른 종의 수컷이 가지는 외형의 생식기를, 수컷의 경우엔 그 반대의 생식기를 갖고 있어서 암수역전이 확인된 첫 사례로 보고되었다. 곤충은 보통 수컷이 암컷의 위에 올라타고 교미를 하는데, 브라질의 동굴에서 발견된 이 다듬이벌레는 생식기를 상대의 몸속에 넣는 쪽이 암컷, 그걸 받아들이는 쪽이 수컷이기 때문이었다.
상상 실험: 남성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가능할까?
최근 들어, iPS 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 유도 또는 역분화 만능줄기세포) 등과 같은 줄기세포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특히 줄기세포 등을 이용해서 특정 세포로 분화(differentiation)시키는 연구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아직은 가능하지 않긴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서 암컷(또는 여성)의 줄기세포(또는 유도된 줄기세포)를 인위적으로 감수분열이 일어나게 할 수 있고, 더 나아가서 정자로 분화되게끔 할 수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그렇게 해서 얻어진 X 염색체만 가지고 있는 정자를 암컷(또는 여성)의 난자와 체외수정을 시켜 수정란을 얻고 그 후 암컷(또는 여성)의 자궁에 착상을 시킨다면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수 있지 않을까? 1996년에 세계 최초로 체세포 복제로 복제양 돌리(Dolly)가 태어났던 것처럼, 이 경우에도 수컷(또는 남성)의 정자가 전혀 필요치 않다.
반면에, 수컷(또는 남성)의 줄기세포(또는 유도된 줄기세포)를 인위적으로 감수분열이 일어나게, 그리고 난자(egg)로 분화되게 한 경우는 조금 다르다. 즉, 얻어진 난자는 X 또는 Y 염색체만 가지고 있을 것인데, Y 염색체를 가지는 난자는 우리가 아직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 생리적 특성 등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만약 Y 염색체를 가지는 난자가 생존 능력이나 수정 능력 등이 없다면, X 염색체만 가지는 난자를 분리해야 한다. 한편, X 염색체만 가지는 난자를 분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가정하더라도 수컷(또는 남성)의 정자와 체외수정하여 얻을 수 있는 수정란은 XY 염색체 또는 XX 염색체를 가질 것이다. Y 염색체를 가지는 정자를 분리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만, XY 염색체를 가지는 수정란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XY 염색체를 가지는 수정란을 태아로 키우기 위해서는 암컷(또는 여성)의 자궁 또는 인공자궁이 반드시 필요하다.
수컷(또는 남성)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가능할까?
2018년 10월 12일 뉴스입니다~
(원문: 여기를 클릭하세요~)
동성 쥐 사이에서 건강한 새끼 태어났다
中연구진, 포유류 단성생식 첫 성공
DNA 반만 지닌 생식세포 만든후 ‘각인유전자’ 제거, 대리모 난자에 주입
210개 배아서 29마리 새끼 출산… 일부는 성장해서 3세대 낳아
중국이 암컷끼리 또는 수컷끼리 생식세포를 결합해 건강한 새끼를 태어나게 하는 쥐 실험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포유류에서 단성생식이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부 새끼 쥐는 성체로 자라 정상적으로 번식까지 했다. 동성의 부모로부터 인위적으로 자손이 태어나게 할 수 있음을 보인 연구로 평가된다.
리웨이, 저우치 중국과학원 동물학연구소 줄기세포생식생물학국가중점실험실 교수팀은 일반적인 포유류에 비해 DNA를 반만 지닌 일종의 ‘반쪽’ 생식세포를 만들었다. 원래 DNA는 매우 가늘고 긴 실 모양을 하고 있는데, 세포 안에서는 마치 실패에 감겨 있듯 몇 개의 꾸러미(염색체)로 묶여 있다. 이 염색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치 거울을 비춘 것처럼 비슷한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 염색체를 반으로 나눈 것이 ‘반수체’이다.
리 교수팀은 이렇게 만든 암컷 또는 수컷 쥐의 반수체 배아줄기세포를 준비한 뒤, 각각의 생식세포에서 부모한테 받은 유전자 중 어떤 유전자를 발현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각인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없앴다.
예를 들어 키가 큰 엄마와 작은 아빠가 있다면 키를 크게 하거나 작게 하는 유전자가 자식에게 다 있을 수 있지만, 이 가운데 누구의 유전자가 작동할 것인지는 바로 이 각인유전자의 결정에 달렸다.
연구팀은 각인유전자를 없앤 암컷 쥐 반수체 배아줄기세포를 두 개 준비해 이를 대리모 쥐의 난자에 주입했다. 그 결과 210개의 배아에서 모두 29마리의 건강한 쥐(암컷의 X염색체만 받았기 때문에 암컷만 생긴다)가 태어나게 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정상적으로 자라 다시 새끼(3세대)도 낳았다. 연구팀은 비슷한 방법으로 수컷에서도 단성생식에 성공했다.
김장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줄기세포연구센터장은 “이 방법을 이용하면 새로운 유전적 특징(형질)을 지닌 실험동물을 교배 없이 빠르게 만들 수 있어 생명공학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ealthy mice from same-sex parents have their own pups
Advance reveals genetic factors that require mammals to reproduce using two sex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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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the first time, researchers have used the DNA from two mouse mothers to create healthy pups, some of which matured and had their own offspring. The scientists also produced baby mice using the combined genetic material from two fathers, although those pups only lived for a couple of days.
The method the team used to create the pups, described in a study1published on 11 October in Cell Stem Cell, reveals important genetic factors necessary for the development of healthy embryos. But scientists are sceptical that the technique could ever be applied to people.
Some animals, such as certain species of birds, fish and lizards, can reproduce using only one sex or an individual. Mammals, however, need members of the opposite sex to create the next generation.
Scientists think this is because of genetic imprints, small chemical tags that attach to DNA and turn off a gene. They’ve found roughly 100 such tags, many of which are found on genes affecting an embryo’s growth.
Many genes that are tagged in one sex remain untagged in the opposite sex. Combining two of the same tagged genes in an embryo — which would happen with parents of the same sex — leads to its death.
Deleting tags
Attempting to overcome this barrier, study author Qi Zhou, a developmental biologist at the Chinese Academy of Sciences in Beijing, and his team used lab-grown embryonic stem cells from either a sperm or an egg. These cells have only one set of chromosomes and, like most cells, contain genetic regions that can produce the chemical tags.
In a process of trial and error, and on the basis of results from previous studies2, the researchers deleted these genetic regions in batches, searching for groups that could be removed without stopping the production of a healthy embryo. The team then combined a stem cell from a female mouse with the egg from another female to create pups from two mothers. They also took a stem cell from a male and injected it, along with another male’s sperm, into an egg without a nucleus to create offspring from two fathers.
After deleting three genetic regions, the scientists managed to produce 29 living mice from two females, 7 of which went on to have their own pups. The team needed to delete 7 regions to produce 12 pups from two male parents — but those baby mice lasted only 2 days after succumbing to problems including trouble breathing and extra fluid in their tissues.
These results revealed some of the most important genetic regions that prevent mammals from reproducing without two individuals of the opposite sex, says Zhou. It also showed “a new and clear way to produce offspring between same-sex mammals”.
Risky business
Scientists are sceptical that this technique could ever be applied to humans, however. “Most, if not all, of the embryos that they developed were still abnormal and could not survive,” says Jacob Hanna, a molecular geneticist at the Weizmann Institute of Science in Rehovot, Israel. The authors only had a 14% success rate with embryos from the two mothers and a 2.5% rate with the two fathers.
“I think it’s almost impossible that this would be allowed for clinical application,” Hanna says.
“When you reproduce, you really want every factor possible to have a good outcome,” says Allan Spradling, a reproductive biologist at the Carnegie Institution for Science in Baltimore, Maryland. But nothing indicates how normal these mice are, such as how susceptible they might be to diseases, he adds.
“I don’t think it’s going to lead to people genetically having two mothers or two fathers as a routine thing,” says Spradling. “We don’t understand it well enough, and it might be too risky to take it that f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