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29, 2024

ssh's stories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과학, 알고싶다(051) — 동위원소와 연대 측정

 

(참조 원문)

 

 

생명이 지구 위에서 작동해온 시간의 규모는 수천 년이 아니라 수억 년으로 측정된다고 한다. 어떻게 암석의 연대를 알아내고, 예를 들어 그 안에 묻힌 화석들의 나이를 어떻게 알아낼까.

 

연대 측정 과학자들은 현장에 뒤늦게 도착한 탐정과 같다. 사건이 언제 벌어졌는지 말하려면, 시간-의존적 과정들이 남긴 자취에 의지해야 한다. 그것은 넓은 의미의 ‘시계들’이라고 할 수 있다.

 

연대 측정을 위한 시계는, 영점으로 맞출 수 있는 스톱워치와 같이, 특정 시점에서 영점화(zeroed)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시작점으로부터 지금까지 흐른 시간을 계산할 수 있고, 암석 같은 대상들의 절대적인 나이를 알아낼 수 있다. 화성암(화산암)의 연대를 측정하는 데 쓰이 는 방사능 시계들은, 다행스럽게도 용암이 응고해 암석이 형성된 그 순간에 영점화되며, 이러한 영점화가 가능한 자연의 시계가 다양하게 존재한다. 다양하다는 것은 좋은 일인데, 한 시계를 사용해서 다른 시계의 정확도를 확인할 수 있고 보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 다행스러운 것은, 시계들의 민감도가 놀랍도록 넓은 시간 범위를 아우른다는 점이다. 지구의 시간 규모를 고려할 때 이 점은 필수적이다.

 

자연의 시계들 중에서 빠른 쪽에 해당하는 것들(나이테와 탄소 연대 측정)은 고고학적 용도로 유용하고, 생물의 인위선택과 같은 진화에 소요되는 기간쯤 되는 표본들을 측정할 때도 유용하다. 하지만 그 반대쪽 끝에서는 수억 년, 나아가 수십억 년을 젤 수 있는 자연의 시계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언급한 바와 같이, 자연은 우리가 필요한 만큼 넓은 범위를 아우르는 시계들 또한 제공해준다. 게다가 시계들의 민감도 범위가 서로 겹치기 때문에, 하나로 다른 하나를 확인해가며 쓸 수도 있다.

 

 

[나이테 시계]

 

나이테시계는 가령 16세기 저택을 떠받치고 있는 들보 같은 나뭇조각의 연대를 측정하는 데 쓰이는데, 놀랍도록 정확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연도까지 맞힐 수 있다. 작동법은 이렇다. 첫째, 대부분의 사람이 알고 있듯이, 방금 벌목한 나무의 나이는 둥치의 나이테를 헤아려보면 알 수 있다. 가장 바깥쪽 고리가 현재를 뜻한다고 가정하면 된다. 나이테는 나무가 계절에 따라(겨울이냐 여름이냐, 건기냐 우기냐) 차별적으로 성장했음을 드러내고, 계절 차이가 뚜렷한 고위도에서 특히 더 뚜렷하게 형성된다.

 

다행스럽게도, 나무의 연대를 알기 위해서 꼭 벨 필요는 없다. 나무를 죽이지 않아도, 중앙까지 작은 구멍을 뚫어 속심 표본을 추출하면 된다. 하지만 그저 나이테를 헤아리기만 해서는 저택의 들보나 나무로 만든 배의 기둥이 몇 세기에 살았던 나무인지 알 수 없다. 오래 전에 죽은 나무의 연대를 측정하려면 보다 세심하게 접근해야 한다. 나이테의 수만 헤아리는 게 아니라, 굵고 얇은 고리들의 패턴을 살펴보아야 한다.

 

나이테로부터 성장이 좋았던 계절과 나빴던 계절의 주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듯이, 비슷한 식으로 어떤 해는 다른 해보다 특히 좋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기후는 계절에 따라서도 달라지지만, 또한 매년 달라지기 때문이다. 성장을 가로막는 가뭄의 해도 있고, 성장을 북돋우는 풍요의 해도 있다. 추웠던 해와 더웠던 해, 심지어 뜻밖의 엘니뇨나 화산 분출과 같은 대재앙이 덮친 해도 있을 수 있다. 나무의 입장에서 좋은 해에는 나쁜 해에 비해 나이테들이 두꺼워진다. 그리고 특정 지역 나이테의 넓고 좁은 패턴은 그 지역에서 좋았던 해와 나빴던 해가 어떤 순서로 왔다갔는가에 달려 있으므로 모든 나무에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특징적이다. 즉, 그것은 나이테의 고리들이 만들어진 특정 연도들을 알려주는 지문과 같다.

 

연대 측정 과학자들은 우선 최근 나무들의 나이테를 측정한다. 베어진 연도를 아는 나무를 놓고, 나이테를 거꾸로 헤아려가며 각 고리의 정확한 나이를 읽어낸다. 그들이 이런 측정을 통해 나이테 패턴의 참조 컬렉션을 구축해 두었으므로, 우리는 연대를 알고 싶은 고고학적 나무 표본이 있을 경우, 표본의 나이테 패턴을 그 참조 컬렉션과 비교하면 된다.

 

하지만 어떤 나무들은 수천 년도 거뜬히 살지만, 목재로 쓰이는 대부분의 나무는 100년 안짝으로 비교적 어릴 때 벌목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더 오래전 나무들에 대한 나이테 참조 컬렉션을 만들 수 있을까? 이를 위해 겹치기(overlapping) 방법이 사용된다. 연대 측정 과학에 겹치기 방법을 사용하려면, 우선 나이가 알려져 있는 현대의 나무에서 참조 지문 패턴을 읽고 현대 나무의 오래된 고리들과 같은 지문을 오래된 나무의 젊은 고리들을 확인한다. 그런 다음 그 오래된 나무의 오래된 고리들 지문과 같은 패턴을 더 오래된 나무의 젊은 고리들을 확인한다. 이런 식으로 계속 꼬리를 물고 올라가면, 이론적으로는 화석림(petrified forest)을 사용해 수백만 년까지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고고학적 시간 규모인 수천 년 수준에서만 사용된다.

 

연대 측정 과학에서 또 하나 놀라운 점은,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설령 1억 년 된 화석림이라도 정확한 연도까지 맞힐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특정 쥐라기 화석림의 고리가 다른 쥐라기 화석림의 고리보다 정확히 257년 뒤에 형성되었다와 같이 말할 수 있다. 현재로부터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과거로 갈 수 있게끔 화석림 표본이 충분하기 만하다면, 주어진 나무가 후기 쥐라기에 살았다고만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확히 기원전 몇 년에 살았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렇게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 표본은 아직은 없다. 현재로는 나이테에 기반한 연대 측정은 약 11,500년 전까지만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정확한 연도까지 제시해주는 연대 측정 체계로 나이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빙호점토층은 빙하호의 바닥에 깔린 퇴적층인데, 이 또한 나이테와 마찬가지로 계절마다 그리고 해마다 달라진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같은 원리가 적용되고, 정확도도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산호초 또한 나무처럼 해에 따른 성장고리를 보이는데, 놀랍게도 이것으로 고대에 지진이 일어났던 연대까지 확인할 수 있다(참고로, 나이테로도 지진 발생 연대를 알아낼 수 있다.). 한편, 중요하게도, 이와 같은 것들 이외의 연대 측정 체계들은 오차 범위 내에서만 정확하고, 오차 범위는 각 방법이 다루는 시간 규모에 비례한다. 수천만 년, 수억 년, 수십억 년의 시간 규모에 적용되는 방사능 시계들도 마찬가지다.

 

 

[방사능 시계] (참조: 방사능 붕괴)

 

상당히 많은 종류의 방사능 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고, 앞서 말했듯이, 이것들은 고맙게도 수백 년에서 수억 년까지 전 범위를 아우른다. 시계마다 오차 범위가 있는데, 방사능 시계의 경우 그 값은 보통 1 퍼센트 정도이다. 즉, 수십억 년 된 암석의 나이를 알고 싶다면, 앞뒤로 수천만 년의 오차는 허용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방사능 시계의 작동법을 이해하려면 먼저 방사능 동위원소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모든 물질은 원소로 구성되었고, 원소들은 보통 다른 원소들과 화학적으로 결합해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원소들 중에서, 자연에서 발견되는 원소들만 따지면 92 종이 존재하고, 실험실에서만 탐지되는 원소들까지도 포함하면 살짝 더 많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원자론에 따르면, 원소를 이루는 원자는 저마다 독특한데, 원자란 어떤 원소의 성질을 해치지 않으면서 최대한 잘게 나누었을 때의 최소 입자로 정의된다. 원자는 어떻게 생겼을까? 납 원자, 구리 원자, 탄소 원자는 어떻게 생겼을까? 그것들은 무엇과도 비슷해 보이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너무 작아서 우리 망막에 아무런 영상도 맺지 못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초고배율 현미경으로 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는 비유나 모형의 도움을 받아 원자의 모습을 시각화해야 한다.

 

가장 유명한 모형은 닐스 보어(Niels Bohr)가 제안한 것인데 오늘날에는 다소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되었지만, 하여간 그 모형은 태양계의 축소판이다. 태양 역할은 원자핵이 맡고, 태양 주변을 도는 행성들 역할은 전자들이 맡는다. 태양계와 마찬가지로, 원자의 거의 모든 질량이 핵(태양)에 담겨 있고, 거의 모든 부피가 전자들(행성들)과 핵 사이의 빈 공간에 해당한다. 전자는 핵에 비해 무지하게 작고, 전자들과 핵 사이의 공간은 어느 입자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광대하다.

 

우리가 철이나 바위 같은 고체 덩어리를 볼 때, 사실은 거의 텅 빈공간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단단하고 불투명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우리 감각계와 뇌가 그것을 단단하고 불투명하다고 취급하는 편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바위를 뚫고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뇌로서는 그것을 단단하다고 이해하는 편이 편리하다는 것이다. ‘단단함’이란 원자들 간의 전자기력 때문에 우리가 물체 속으로 걸어들어가거나 통과해 지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우리 식의 체험이다. 또 ‘불투명함’이란 빛이 물체를 통과하지 못하고 표면에서 반사되어 나온다는 사실에 대한 우리식 체험이다라고 할 수 있다.

 

기본입자(elementary particle)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원자는 세 종류의 입자로 구성된다. 적어도 보어 모형에서는 그렇게 파악한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전자보다 어마어마하게 크지만 여전히 우리 감각으로 상상하거나 경험할 수 있는 어떤 것보다도 작으며, 이들은 원자핵 속에 들어 있다. 두 입자는 크기가 엇비슷하다. 양성자의 수는 원소마다 고정되어 있고, 그 원소에 담긴 전자의 수와 같다. 이 수를 원자번호라고 한다. 원자번호는 각 원소의 독특한 특징이다. 원소들을 나열한 목록인 주기율표를 보면, 원자번호들 사이에 빈틈이 전혀 없다. 중요하게도, 주기율표의 각 원자번호는 정확하게 딱 하나의 원소에만 해당한다. 원자번호가 1 인 원소는 수소이며, 2는 헬륨, 3은 리륨, 4는 베릴륨, 5는 붕소, 6은 탄소, 7은 질소, 8은 산소 ….. 이렇게 우라늄의 92 같은 큰 수까지 올라간다.

 

양성자와 전자는 서로 반대되는 전하를 띤다. 각각 양전하와 음전하라고 불리는데, 이것은 임의의 작명일 뿐이다. 전하는 원소들이 주로 전자를 매개로 상호작용해 화학적 화합물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한다. 중성자들은 양성자들과 한데 뭉쳐 핵을 이룬다. 중성자는 양성자와 달리 전하가 없고, 화학반응에서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다. 어느 원소의 양성자, 중성자, 전자들은 다른 원소의 입지들과 전혀 차이가 없다. 금의 성질을 띤 양성자라거나 구리의 성질을 띤 전자, 칼륨의 성질을 띤 중성자 따위는 없디는 말이다. 양성자는 양성자일 뿐이고, 구리 원자를 구리로 만들어주는 것은 그 안에 정확하게 29개의 양성자(그리고 정확하게 29개의 전자)가 있다는 점이다(즉, 생물학에서 많이 언급되는 창발성(또는 창발론)은 이런 점에서 문제가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에 창발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구리의 성질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화학의 문제다. 화학결합은 쉽게 깨졌다가 수선되곤 하며, 이와 같은 화학반응에서는 전자들만 떨어져 나와 교환된다. 반면에 원자핵 내부의 인력은 깨기가 훨씬 어렵다. 그래서 ‘원자를 깨다(splitting the atom )’라는 말이 그토록 무시무시한 뉘앙스를 풍기는 것이다. 하지만 화학반웅이 아니라 ‘핵’반응에서는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며, 방사능 시계는 바로 그런 핵반응에 의존한다.

 

전자들의 질량은 그야말로 무시할 수 있으므로, 원자의 총질량 즉 ‘질량수’는 양성자들과 중성자들의 수를 더한 것으로 정의된다. 보통 이것은 원자번호의 2 배가 좀 넘는데, 핵에는 보통 양성자보다 좀더 많은 중성자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양성자 수와는 달리, 어느 원자의 중성자 수는 그 원소만의 특징이 아니다. 그래서 한 원소의 원자들이 양성자 수는 같지만 중성자 수가 다른 상황이 있을 수 있고, 그렇게 서로 다른 형태들을 동위원소라고 한다.

 

플루오린 같은 원소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동위원소가 하나밖에 없다. 플루오린의 원자번호는 9, 질량수는 19 이므로, 양성자 9 개와 중성자 10개가 있다고 유추할 수 있다. 반면에 동위원소가 많이 존재하는 원소도 있다. 납은 다섯 가지 흔한 동위원소가 있다. 양성자 수는 모두 납의 원자번호인 82로 일정하지만(당연히 전자 수도 같다), 질량수는 202-208로 다양하다. 탄소는 자연에서 발생하는 동위원소가 세 가지 있다. 가장 흔한 것은 탄소-12로, 중성자 수와 양성자 수가 모두 6이다. 탄소-13은 수명이 너무 짧아서 연대 측정이라는 측면에서는 그다지 신경 쓸 만한 것이 못 되고, 탄소-14는 드물긴 해도 비교적 젊은 유기물 표본의 연대를 측정하는 데 쓸 수 있을 만큼은 존재한다.

 

한편, 어떤 동위원소들은 안정하고, 어떤 녀석들은 불안정하다. 납-202는 불안정한 동위원소이며, 납-204, 납-206, 납-207, 납-208은 안정하다. ‘불안정하다’는 것은 원자가 자발적으로 붕괴해(즉, ‘핵’반응을 통해) 다른 원자로 바뀐다는 뜻인데, 붕괴 속도는 예측할 수 있지만 어느 순간에(즉, 어느 시점부터) 붕괴할지는 예측할 수 없다. 이 붕괴율의 예측 가능성이야말로 방사능 시계들의 핵심이다. ‘불안정하다’는 ‘방사능 붕괴 가능성이 있다’이라는 말과도 같다. 방사능 붕괴에도 몇 종류가 있기 때문에, 유용한 시계가 여러 종류 존재하게 된다. 모든 형태의 동위원소 불안정성에는 중성자가 관여한다. 그 중 한 형태에서는 중성자가 양성자로 변한다. 따라서 질량수는 그대로지만(양성자와 중성자는 질량이 같다) 원자번호는 하나 커져서 원자가 주기율표에서 한 단계 위에 있는 다른 원자로 바뀐다. 가령 나트륨-24가 붕괴되면 마그네슘-24로 변한다. 다른 형태의 방사능 붕괴에서는 정확히 그 반대의 일이 벌어진다. 즉, 양성자가 중성자로 되는 것이다. 이때도 질량수는 그대로지만, 이번에는 원자번호가 하나 작아지고, 원자는 주기율표에서 한 단계 아래에 있는 다른 원자로 바뀐다. 세 번째 형태의 방사능 붕괴도 두 번째와 결과는 같다. 길을 잃고 돌아다니던 (외부의) 중성자가 우연히 핵에 부딪혀 양성자 하나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다. 이번에도 질량수는 변함이 없고, 원자번호는 한 단계 작아지며, 원자는 주기율표에서 한 단계 아래에 있는 다른 원자로 바뀐다. 좀 더 복잡한 형태의 붕괴도 있는데, 원자가 ‘알파 입자(alpha particle)’라는 것을 내놓는 경우이다. 알파 입자는 양성자 2개와 중성자 2개가 뭉친 것이기 때문에(즉, 헬륨이기 때문에), 원자의 질량수는 4가 줄고 원자번호는 2만큼 낮아지며, 따라서 원래의 원자는 주기율표에서 두 단계 아래에 있는 다른 원자로 바뀐다. 방사능이 몹시 큰 우라늄-238(양성자 92개와 중성자 146개)이 토륨-234(양성자 90개와 중성자 144개)로 바뀌는 것이 알파 붕괴의 예이다.

 

중요하게도, 불안정한 방사능 동위원소들은 저마다 독특한 속도로 붕괴하며, 그 속도는 정확하게 알려져 있다. 다른 원소들에 비해 엄청나게 느린 속도로 붕괴하는 원소도 있지만, 어떤 경우든 붕괴는 지수적(exponential)이다. 즉, 주어진 시간 동안 일정한 비율로 붕괴된다는 뜻이다. 붕괴율과 관련된 중요한 잣대로 ‘반감기’가 사용된다. 방사능 동위원소의 반감기는 원소들 중 절반이 붕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원소가 붕괴했는가에 상관없이 반감기는 늘 일정하다는 것, 이것이 지수적 붕괴의 뜻이다.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그런 연속적 반감에서는 원소들이 완전히 없어지는 시점을 정확하게 말할 수가 없다. 하지만 충분한 시간(가령 반감기 열 번)이 흐른 뒤에는, 남은 원자들의 수가 너무 적어서 현실적인 의미에서는 다 없어졌다(즉, 측정을 해도 그 값이 0이거나 그에 가깝다)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래서, 탄소-14의 반감기는 5,730년이기 때문에, 약 5만~6만 년보다 오래된 표본에 대해서는 탄소 연대 측정이 소용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그 경우에는 더 느린(즉, 반감기가 더 큰) 시계를 찾아야 한다. 루비륨-87의 반감기는 490억 년이고, 페르뮴-244는 3.3밀리초이다. 이처럼 너무나 극단적으로 차이가 난다는 것은, 굉장히 넓은 범위의 시계들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탄소-15 의 반감기는 2.4초이기 때문에 연대 측정과 관련된 질문에 답하기에는 너무 짧지만, 탄소-14의 반감기는 고고학적 연구 목적에 적당하다.

 

지구의 나이 등을 목적으로 하는 연대 측정에 흔히 사용되는 동위원소는 반감기가 12억 6천만 년인 칼륨-40 이다. 이는, 칼륨-40 이 붕괴할 때 생기는 원소들 중 하나가 아르곤-40이기 때문에 (아르곤은 주기율표에서 칼륨의 한 단계 아래이다. 참고로, 다른 형태의 붕괴를 통해서 주기율표 한 단계 위인 칼슘-40도 생긴다.), 이 시계는 ‘칼륨-아르곤 시계’라고도 불린다. 일정량의 칼륨-40으로 시작하면 12억 6천만 년 뒤에는 그중 절반이 아르곤-40으로 붕괴할 것이다. 그것이 반감기의 뜻이다. 또다시 12억 6천만 년이 흐르면, 남은 것의 절반(즉, 원래 양의 4분의 1)이 더 붕괴할 테고 ….. . 이런 식으로 반감은 계속된다. 만약 아직 12억 6천만 년이 다 흐르지 않았다면, 원래의 칼륨 양의 절반보다 적은 양이 붕괴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원리에 기반하여, 아르곤-40이 전혀 없는 밀폐된 공간에 일정량의 칼륨-40을 넣었다고 상상해 보자. 몇 억 년이 흐른 뒤, 과학자가 그 공간에 들어가서 칼륨-40과 아르곤-40의 상대적 비율을 측정한다. 그 비율을 알고(절대적인 양은 상관없다), 칼륨-40의 반감기를 알고, 처음에 아르곤이 없었다고 가정한다면, 우리는 붕괴 과정이 시작된 후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계산할 수 있다. 시계가 ‘영점화’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 동위원소(즉, 칼륨-40)와 딸 동위원소(즉, 아르곤-40)의 비율이다. 그리고 앞서도 말했듯이, 우리에게는 영점화할 수 있는 시계가 필요하다. 그런데 방사능 시계가 ‘영점화’된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 그 답은 결정화 과정에 있다.

 

지질 학자들이 사용하는 여느 방사능 시계들의 경우에도 특징적인 한계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칼륨-아르곤 시계 장치는 화성암에서만 작동한다는 한계가 있다. 라틴어로 ‘불’을 뜻하는 단어를 어원으로 하는 화성암은 용융된 암석이 굳어서 생긴 바위이다. 화강암이라면 지하의 마그마가, 현무암이라면 화산의 용암이 굳은 것이다. 용암이 굳어 화강암이나 현무암이 되는 과정에서 결정이 형성된다. 석영처럼 크고 투명한 결정이 아니라, 보통은 너무 작아서 육안으로는 결정처럼 보이지 않는 결정이다. 이런 결정에는 갖가지 종류가 있고, 몇몇 운모를 비롯한 여러 종류는 칼륨 원자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칼륨 원자들 중에는 방사능 동위원소인 칼륨-40도 섞여 있다. 화성암 결정이 처음 형성될 때, 즉 용암이 굳는 순간에, 거기에 칼륨-40은 있지만 아르곤은 없다(아르곤은 기체이기 때문에 화강암 결정으로 굳기 전에 대부분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따라서 화강암 결정에 남아있을 확률이 0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처럼 화강암 결정에 아르곤 원자가 하나도 없었다는 의미에서 시계가 ‘영점화’되었다고 하는 것이다. 이후 수백만 년 동안 결정 속의 칼륨-40 원자들이 서서히 붕괴하고, 아르곤-40 원자들이 생겨나서 칼륨-40 원자들을 하나하나 대체한다(이 경우에는 화강암 결정 속에서 아르곤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화강암 결정 밖으로 빠져나가기가 어렵다.). 그렇게 누적된 아르곤-40의 양은 암석이 형성된 순간으로부터 흐른 시간의 척도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방금 설명한 이유 때문에, 이 양은 칼륨-40 에 대한 상대 비율로 표현될 때만 의미가 있다. 시계가 영점화된 순간 그 비율은 칼륨-40으로만 100퍼센트였을 것이다. 12억 6천만 년이 흐른 뒤에는 비율이 50 대 50일 것이다. 또 12억 6천만 년이 흐른 뒤에는 남은 칼륨-40 중 절반이 아르곤-40으로 변환될 것이고 …… 이런 식으로 계속된다. 다시 말하면, 비율이 중간쯤 될 경우, 시계가 영점화된 순간으로부터 그 중간쯤 되는 시간이 흘렀다는 뜻이다.

 

따라서 지질학자들은 특정 화성암 속의 칼륨-40과 아르곤-40의 비율을 측정함으로써, 용융 상태의 암석이 결정화되기 시작한 순간으로부터 세월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있다. 화성암에는 보통 칼륨-40 외에도 여러 방사능 동위원소가 들어 있다. 화성암 고형화 과정은 순식간에 진행된다는 장점이 있으므로, 덕분에 하나의 화성암 안의 모든 시계가 동시에 영점화된다.

 

그런데, 암석 중에서 오직 화성암만이 방사능 시계를 제공하지만, 화성암에서 화석이 발견되는 일은 거의 전혀 없다는 것이 문제다. 화석은 석회암이나 사암 같은 퇴적암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퇴적암은 고형화한 용암이 아니라, 진흙이나 모래 등이 바다나 호수나 강어귀 바닥에 꾸준히 층층이 쌓여서 만들어진다. 모래나 진흙이 오랜 세월 동안 다져져 바위처럼 단단해진 것이다. 진흙에 갇힌 사체는 화석화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는 사체에서도 일부만이 화석화하지만, 아무튼 화석을 담을 수 있는 바위는 퇴적암뿐이다. 안타깝게도 퇴적암의 연대는 방사능 시계로 측정할 수 없다. 퇴적암을 구성하는 개별 입자에 칼륨-40 같은 방사능 동위원소가 들어 있을 것이므로 방사능 시계가 있다고도 할 수도 있지만, 그 시계들은 (퇴적암 형성이 아니라) 그 구성성분인 입자 형성의 시기라는 연대 측정이라는 목적 외에는 별다른 의미이 없다. 왜냐하면 적절히 영점화되지 않았기 때문이고, 영점화되었더라도 서로 다른 시각에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퇴적암으로 형성되기 전에 그 입자들은 원래 화성암에서 나왔겠지만, 아마 서로 다른 시점에 굳은 여러 바위에서 나왔을 것이다. 즉, 입자마다 각기 다른 시점에 영점화한 시계를 품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 시점은 퇴적암이 형성되기 시작한 시점, 즉 우리가 연대를 알고 싶어 하는 화석이 매몰된 시점으로부터 한참 전일 것이다.

 

따라서 연대 측정 과학자의 관점에서 보면, 퇴적암 그 자체로는 혼란 그 자체이며, 별다른 쓸모가 없다. 그래서 연대 측정 과학자의 최선의 방도(상당히 괜찮은 방도이긴 하다)는 퇴적암 근처나 퇴적암 속에서 발견된 화성암의 연대를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두 화성암반 사이에 낀 화석이어야만 연대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좀 더 세련된 기법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세계 전역의 퇴적암들은 비슷한 지층들을 드러낸다. 방사능 연대 측정법이 개발되기 한참 전에도 우리는 지층들을 각각 확인하고 캄브리아기, 오르도비스기, 쥐라기, 백악기, 에오세, 올리고세, 마이오세 등으로 명명했다. 예를 들어, 데본기 퇴적층은 데본이라는 지역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볼 수 있다. 각지의 데본기 지 층들끼리 서로 비슷하다는 것은 눈으로도 쉽게 알 수 있고, 지층들에 담긴 화석들의 목록도 비슷하다.

 

지질학자들은 명명된 퇴적층들이 쌓인 순서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다만 방사능 시계들이 등장하기 전이라, 퇴적층들이 언제 쌓였는지를 몰랐을 뿐이다. 보통 오래된 퇴적물이 더 젊은 퇴적물 밑에 깔리기 때문에, 그것들의 순서를 정렬해볼 수 있다. 세계 곳곳에서 데본기 퇴적층과 석탄기 퇴적 층이 함께 등장할 때마다 데본기 지층이 석탄기 지층 밑에 깔려 있었기 때문에, 데본기 지층이 석탄기 지층보다 오래되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참고로, 규칙을 깨는 예외적인 장소도 있는데, 다른 증거들로 미루어볼 때 암반이 경사지거나 거꾸로 뒤집힌 지역들이라고 할 수 있다.).

 

맨 아래 캄브리아기부터 맨 위 현세까지 한 단계도 빼놓지 않고 지층들이 쌓인 곳이 있다면 우리 에게 큰 행운이겠지만, 그런 일이 아직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층들은 각각의 특색이 확연하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구한 표본들을 잇거나 끼워맞추면(즉, 겹치기(overlapping)하면) 각 지층의 상대적인 나이를 알 수 있다. 한편, 명명된 지층을 확인할 때는 대개 그 안에 담긴 화석들을 단서로 쓴다. 화석들의 순서를 연대 측정의 근거로 삼는 것이다.

 

이와 같이, 명명된 퇴적층들의 상대적 순서가 잘 알려져 있고, 그 순서가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기 때문에, 우리는 퇴적층의 위아래에 깔렸거나 속에 낀 화성암을 이용해서 퇴적층의 연대를 알 수 있고, 따라서 그 안에 든 화석들의 연대도 알 수 있다. 더 세세하게 기법을 적용하면, 가령 석탄기나 백악기 지층의 꼭대기 쯤에 놓인 화석은 같은 지층의 낮은 곳에 놓인 화석보다 더 최근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꼭 연대를 확인하고 싶은 특정 화석의 근처에 화성암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데본기 지층 내부에서 화석이 놓인 높이를 보면, 예를 들어 후기 데본기의 것이구나 하고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세계 각지에서 데본기 지층과 함께 발견된 화성암들을 방사능 연대 측정함으로써, 데본기는 약 3억 6천만년 전에 끝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칼륨-아르곤 시계’는 지질학자들이 동원할 수 있는 많은 시계 중 하나일 뿐이다. 다른 시계들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서로 다른 시간 규모를 다루지만, 원리는 모두 같다.

 

루비듐-87 —> 스트론튬  (반감기: 49,000,000,000 년)

레늄-187 —> 오스뮴-187 (반감기: 41,600,000,000 년)

토륨-232 —> 납-208 (반감기: 14,000,000,000 년)

우라늄-238 —> 납-206 (반감기: 4,500,000,000 년)

칼륨-40 —> 아르곤-40 (반감기: 1,260,000,000 년)

우라늄-235 —> 납-207 (반감기: 704,000,000 년)

사마륨-147 —> 네오디늄-143 (반감기: 108,000,000 년)

아이오딘-129 —> 제논-129 (반감기: 17,000,000 년)

알루미늄-26 —> 마그네슘-26 (반감기: 740,000 년)

탄소-14 —> 질소-14 (반감기: 5,730 년)

 

 

열거된 바와 같이, 가장 느린 것은 490억 년이고 가장 빠른 것은 6천 년이 못 된다. 그런데, 탄소-14처럼 빠른 시계들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데, 이와 같은 고속 시계들은 ‘영점화’ 원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 반감기가 짧은 동위원소라면, 지구가 형성될 때 존재했던 원래 원자들은 오래전에 다 사라지고 없다. 여기서, 탄소 연대 측정의 원리로 넘어가기 전에, 지구가 수십 억 년을 헤아리는 오래된 행성이라는 점을 언급하고자 한다.

 

이제껏 지구에서 발견된 모든 원소 가운데 158종이 불안정한 동위원소였는데, 불안정한 종들 가운데 121종은 이미 다 사라졌거나 아니면 탄소-14처럼 (아래에서 설명하는 바와 같이) 끝없이 재생되기 때문에 현존하는 것들이다. 사라지지 않은 37종을 살펴보면 의미심장한 점이 있다. 이러한 동위원소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반감기가 7억 년 이상이다. 한편, 사라진 121종은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반감기가 2억 년 미만이다.

 

반감기가 1억 년인 동위원소의 운명을 고려한다면, 지구 나이의 10분의 1 쯤에 못 미치는 원소들은 사라졌기 때문에 사실상 측정이 불가능할 것이다. 즉,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현재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지구에 존재하는 동위원소들은 이 늙은 행성보다 오래 살아남을 정도로 반감기가 충분히 긴 것들뿐이다. 다만 우리가 납득할 만한 특수한 이유로 살아남은 예외들이 있는데, 언급한 것처럼 탄소-14는 그 예외에 속한다. 예외가 된 이유도 흥미롭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리고 아래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끝없이 재생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탄소-14가 시계로 기능하는 원리는 더 오래 사는 다른 동위원소들과는 다르게 이해해야 한다.

 

 

[탄소 시계]

 

탄소는 모든 원소 중에서 가장 생명에 필수불가결한 원소인 듯하다. 탄소가 없으면 지구의 생명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탄소가 사슬이나 고리나 기타 복잡한 분자구조들을 형성하는 능력이 탁월한 점이 강조되기도 한다. 탄소는 광합성을 통해 먹이사슬에 들어오는데, 광합성을 하는 초록식물은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 분자들을 받아들인 뒤, 햇빛 에너지로 탄소 원자들과 물을 결합시킴으로써 당을 만든다. 사람은 물론이고 모든 생물의 몸속 탄소는 식물에서 왔고, 결국 대기 중 이산화탄소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탄소는 우리가 숨을 내쉴 때, 배설할 때, 죽을 때 대기로 돌아가서 끊임없이 재활용된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속의 탄소는 대개 방사능이 없는 탄소-12이다. 그러나 1조 개 중 하나 꼴로 방사능 동위원소인 탄소-14가 있다. 앞서 보았듯이, 탄소-14는 반감기가 5,730년이며, 붕괴되면 질소-14가 된다. 그런데, 식물의 생화학은 두 탄소(즉, 탄소-12와 탄소-14)의 차이를 알지 못한다. 식물에게 탄소는 탄소일 뿐이다. 식물은 탄소-12 와 함께 탄소-14도 흡수하고, 두 종류의 탄소 원자들을 당에 엮어 넣는다. 따라서 식물이 광합성으로 합성한 당 속의 탄소-14 비율은 대기 중의 비율과 같다. 식물이 초식동물에게 먹히고, 초식동물이 육식동물에게 먹힘에 따라, 대기에서 흡수된 탄소들은 (탄소 14 의 비율을 그대로 유지한 채) 먹이사슬 전반으로 퍼진다. 따라서 식물이든 동물이든 모든 생물은 살아있는 동안 탄소-12 와 탄소-14의 비율이 대체로 일정하고, 그 값은 대기 중의 비율과 같다.

 

그렇다면 탄소 시계는 언제 영점화될까? 식물이든 동물이든 생물이 죽는 순간이다. 그 순간에 생물은 먹이사슬에서 떨어져 나가고, 식물을 통해 대기로부터 신선한 탄소-14를 받아들이는 일도 더는 불가능하다. 이후 수백 년이 흐르는 동안, 시체든 장작이든 천조각이든 다은 무엇이든, 그 속에 있는 탄소-14들이 착실히 붕괴해 질소-14가 된다. 따라서 표본 속의 탄소-12에 대한 탄소-14의 비율이 점차 떨어져, 생물이 살았을 때의 값인 표준 대기 비율에서 점차 멀어지게 되며, 결국에는 온통 탄소-12만 남게 된다(보다 엄밀하게 말하면, 탄소-14 함량이 너무 줄어 측정이 불가능해진다.). 그러므로 탄소-12와 탄소-14의 비율은 생물이 죽어 먹이사슬에서 벗어나고 대기와의 상호교환이 불가능해진 시점으로부터 (영점화되기 때문에 그로부터) 지금까지 흐른 시간을 계산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그런데 연대 측정에 탄소 동위원소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탄소-14가 대기에 끊임없이 새롭게 공급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앞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반감기가 짧은 탄소-14는 역시 반감기가 짧은 다른 자연적 동위원소들과 마찬가지로 진작 지구에서 사라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탄소-14의 특별한 점은, 상층 대기에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우주 방사선 때문에 질소가 탄소-14로 끊임없이 바뀐다는 점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질소는 대기에 가장 흔한 기체이며, 질량수가 탄소-14와 같은 14이다. 차이라면 탄소-14는 양성자 6개와 중성자 8개를 지니는데, 질소-14는 양성자 7개와 중성자 7개를 지닌다는 점이다. 그리고, 언급한 바와 같이, 강력한 우주 방사선 입자들은 질소 핵 속의 양성자를 때려서 중성자로 바꾼다. 그러면 원자는 탄소-14가 된다. 주기율표에서 질소 바로 아래가 탄소이기 때문이다. 이런 변환이 일어나는 속도는 세기마다 대체로 일정하고, 바로 그 덕분에 탄소 연대 측정이 가능해진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속도가 정확하게 고정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상적인 결과를 원한다면 그 문제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다행스럽게도 대기 중 탄소-14의 공급량 변동을 정교하게 보정하는 방법이 알려져 있으며, 따라서 이 점을 감안해 연대 계산을 수정할 수 있다. 그리고 탄소 연대 측정이 아우르는 시대에 대한 대안 방법이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앞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나무를 이용한 연대 측정은 심지어 연도 단위까지 정확하다. 나이테를 이용해 이미 연대를 측정한 나무 표본에 탄소 연대 측정법을 적용함으로써, 탄소 연대 측정의 변동 오차를 보정할 수 있다. 그런 다음 나이테 정보가 없는 유기물 표본을 다룰 때 그 보정값을 이용하면 되는 것이다.

 

탄소 연대 측정은 1940년 경에 등장했다. 초기에는 상당히 많은 양의 유기물 재료가 있어야 측정을 할 수 있었지만, 1970년대에 들어 질량 분석 기법이 탄소 연대 측정법에 적용됨으로써, 미량의 재료로도 충분하게 되었다. 이것은 고고학적 연대 측정에 있어서 가히 혁명이었는데, 아마도 세간에 가장 널리 알려진 탄소 연대 측정 사례는 토리노의 수의 사건일 것이다. 수의는 1 4세기 프랑스에서 처음 역사기록에 등장했는데, 그전에 어디에 있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 했다.

질량분석기가 등장함으로써 작은 조각으로도 연대를 측정할 수 있게 되자, 바티칸은 수의를 조금 잘라내도록 허락했다. 그 조각은 다시 세 쪽으로 나뉘었고, 각각 전문적으로 탄소 연대 측정을 하는 옥스퍼드, 애리조나, 취리히의 실험실에 보내졌다. 세 실험실은 철저하게 독립적으로 작업한 끝에, 천의 재료 연대에 대해 옥스퍼드는 서기 1200년이라고 했고, 애리조나는 1304년, 취리히는 1274년이라고 각각 판단했다. 이러한 결과는 정상적인 오차 범위에서 서로 합치하는 결과이며, 수의가 역사에 처음 언급된 1350년대와도 합치하는 결과라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탄소 연대 측정 결과는 탄소 연대 측정 기법의 능력을 잘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현대의 연대 측정 과학자들은 수많은 다양한 시계를 쓸 수 있다는 것, 시계들은 서로 다른 시간 범위에서 작동하지만 범위들끼리 겹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이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바위 하나에 여러 방사능 시계를 써서 개별적으로 나이를 측정할 수도 있다. 바위가 굳는 순간 모든 시계가 동시에 영점화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렇게 비교해보면, 서로 다른 시계들의 결과가 예상했던 오차 범위 내에서 모두 일치한다. 이로써 우리는 시계들의 정확도를 확신할 수 있다. 연대가 이미 알려진 암석들에 대해 이런 식으로 시계들을 상호 보정하고 확인하면, 다른 흥미로운 연대 측정 문제들에 시계들을 적용할 때 보다 확신을 할 수 있다.

 

참고로, 지구의 나이 측정도 동일한 문제인데, 현재 합의된 46억 년은 놀랍게도 여러 시계가 한결같이 수렴하는 측정값이다. 즉, 현재 적용 가능한 모든 동위원소의 결과가 한결같이 지구의 기원을 40억~50억 년 전으로 지적한다(물론 그들의 반감기가 오늘날의 측정값과 언제나 같았다는 가정이 전제되어 있는 추론인데, 우리가 아는 물리 법칙들에 따르면 실제로 그랬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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