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21, 2024

ssh's stories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과학, 알고싶다(258) — 화학과 관련된 발견과 특허 이야기(6/n)

 

이전 글들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과학 분야에서는 ‘최초’의 발견자가 되는 것에 최고의 가치를 두려는 사고방식이 지배적이었고 현재도 그렇다. 즉, 과학 분야에서는 새로운 발견을 가치 있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 형태 중 하나가 특허를 포함한 지적소유권이며 이는 자본주의 발전 내지는 심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따라서, 과학 분야에서 발견 내지 특허 취득은 최초에 그것을 성취한 사람, 즉 단 한 사람만이 차지할 수 있다. 미지의 수수께끼도 누군가 한 사람이 해명해 버리고 나면 더 이상 수수께끼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과학은 ‘빠른 사람이 승자가 되는’ 양상을 드러내게 된다. 빠른 사람이 승자가 된다면 경쟁이 일어날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리하여 과학의 연구에는 ‘경쟁 원리’에 따라 치열한 선두 다툼이 있어왔다. 과학에는 진보나 발전이라는 발전적 이미지를 지니는 말이 따라붙기 마련인데, 그것도 이러한 경쟁 원리에 의한 바가 클 것이다.

 

그런데, 제1 발견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자신의 연구 결과가 특허를 받아서 큰 돈을 벌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허를 신청하지 않은 사례들도 상당히 많이 있다. 이번 글에서는 특허를 신청하지 않은 사례들 중 대표적인 몇 가지를 살펴본 후, 화학과 관련된 특허 중에서 특허 허가 여부와 관련해서 논란이 되었던, 그리고 그 결과가 우리 사회를 바꾼 화학과 관련된 특허에 대해서 살펴본다.

 

먼저 험프리 데이비(Humphry Davy)의 광산용 안전등을 대표적 사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이전 글(과학, 알고싶다(251))에서 살펴본 바 있다.

 

그리고, 데이비의 제자라고 할 수 있는 마이클 패러데이(Micheal Faraday) 역시 자신의 연구결과에 대한 특허를 신청하지 않았다.

 

패러데이는 유명한 전자기와 전기분해에 대한 연구뿐만 아니라, 다른 중요한 발견도 했는데, 그는 소위 ‘영구적인 기체’를 액화한 최초의 사람이었다. 그때까지 이 기체는 결코 액화될 수 없다고 생각되었다. 그는 또한 벤젠(benzene, C6H6)을 발견하고 추출해냈으며 벤젠의 화학적 조성 역시 알아냈는데, 이것은 그 후에 윌리엄 퍼킨(William Perkin)의 아닐린 퍼플(aniline purple) 또는 모브(Perkin’s mauve)의 합성 등 염색 및 제약 산업에 특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리고 그는, 또한, 염소와 탄소의 화합물을 만든 최초의 과학자였으며, 패러데이의 강철 합금 연구는 근대 합금 연구의 기초를 놓는 데 도움을 주었으며, 1845년, 그가 50대 중반이었을 때 그는 자성을 띠지 않는다고 생각된 유리와 같은 많은 물질들이 전자석의 자극 근처에 매달려 있을 때, 실제로 어는 정도의 자성을 띠는 반자성 현상을 발견했고. 자기장이 편광 광선에 영향을 준다는 ‘패러데이 효과’도 그의 발견 중 하나이다. 전자기의 물리적 본성에 대한 패러데이의 생각은 맥스웰 같은 물리학자에게는 귀중한 영감이었다. 즉, 이로부터 맥스웰은 빛에 대한 중요한 전자기 이론을 전개했던 것이다. 패러데이는 이 외에도 수많은 과학적 성과와 전기기술역학의 토대를 마련했는데, 이들을 총망라하려면 책 한 권 분량이 나올 정도이다.

 

따라서,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몇 가지 전기 단위가 패러데이를 기념하여 제안되어 사용되고 있다. 전기 용량의 단위인 ‘패럿(Farad),’ 전기분해 동안 화학적 분해를 야기하는 전기의 양의 측정 단위인 ‘패러데이(Faraday)’ 등이 그것이다. 윌리엄 세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가 그랬듯이, 패러데이의 초상화는 1991년 영국의 20파운드 지폐에 그려지는 영예를 누렸다. 과학적 공로와 과학을 전파하는 일에 대한 많은 영예로운 상들이 패러데이의 이름을 땄고, 그는 전기공학이라는 전문직의 창시자로 인정받는다.

 

이와 같이, 패러데이의 과학과 사회에 대한 기여는 엄청난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연을 사랑하고 진리를 탐구하는 헌신적이고 호기심 많은 과학자로 머물렀다. 그는 기사 작위를 거절했고, 자신의 연구를 순수한 수준으로 추구하기 위해 수익이 많은 자문 역할의 많은 제의들을 거절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어떤 발견이나 발명에 대해서도 특허를 얻지 않았으며 높은 봉급을 원하지도 않았고 자선 사업에 기부를 많이 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패러데이는 생각과 발견에 대해 주어지는 대우나 보답을 잘못된 것이라고 여겼다고 할 수 있겠다. 그는 자신의 발견들이 지닌 가치만은 명확히 이해했지만, “지적인 노력에 대해 상을 준다면 그 가치가 떨어진다고 나는 생각한다. 설사 협회나 아카데미가, 심지어 왕이나 통치자가 개입한다 해도 가치 저하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패러데이는 사회뿐 아니라 물리학의 엄청난 도약을 이룩한 천재였던 것이다.

 

노벨 화학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마리 퀴리(Marie Curie) 역시 자신이 연구한 라듐(radium) 추출 방법 등을 특허 출원했더라면 큰 부를 축적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부를 좇는 것은 과학자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며 ‘라듐은 환자 치료에 사용되어야지 이익을 얻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특허 신청을 하지 않았다. 즉, 라듐 기술을 독점하여 이익을 내기보다 라듐에 대한 연구가 보다 활발히 이루어지길 그녀는 원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결국 라듐은 모든 인류에게 단 한 푼의 대가도 없이 주어졌다. 참고로, 연구 결과를 돈이나 명예를 얻는 수단으로 이용할 뜻이 없었던 퀴리 부부는 건강을 핑계 삼아 노벨상 시상식 참가를 거부했으며, 또 프랑스 정부에서 주겠다는 최고훈장 레종 도뇌르 수상도 거절했다고 한다.

 

헬라세포(HeLa cells)를 이용해서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 조너스 소크(Jonas Salk)에 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아름다운 해변 도시 라호야에 소크 연구소(Salk Institute)라는 생물학 연구소가 있는데, 이 연구소의 설립자인 소크는 소아마비 백신을 대량 생산해 미국을, 나아가 전세계를 소아마비의 공포로부터 해방시킨 과학자였다. 소크는 1950년대 말 뛰어난 증식 능력을 가진 헬라세포를 이용해 소아마비 백신을 대량 생산하는 데 성공하게 된다. 이 덕분에 미국은 소아마비 풍토병에서 해방될 수 있고 소크에게는 엄청난 부를 거머쥘 수 있는 기회가 생겼지만, 소크는 돈에 욕심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소아마비 백신 대량 생산 기술을 특허 등록도 하지 않았고 그의 재산을 소크 연구소의 설립을 통해 사회에 환원했다. 왜 그 기술을 특허 등록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특허는 없다. 태양에도 특허를 낼 것인가?”라고 답했다고 한다.

 

소크의 “특허는 없다. 태양에도 특허를 낼 것인가?”라는 말은, 화학과 관련된 발견과 특허라는 주제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지난 글(과학, 알고싶다(254))에서 스위스는 ‘1907년 이전까지만 해도 화학 발명품에 대한 특허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제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화학적 공정과 다른 개념인) 화학 물질에 대한 특허는 인정하지 않았’다라고 했는데(참고로, 화학 분야에도 다른 분야처럼 여러 카테고리의 발명이 존재한다. 카테고리를 분류하면 화학물질(compounds), 조성물(compositions), 화학물질의 용도(new uses) 그리고 화학물질의 제조 방법(manufacturing processes) 등이다.), 주된 이유는 자국의 이익 보호였기는 했지만 그 논거가 바로 화학 물질은 기계적인 발명품과 달리 이미 자연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며, 따라서 발명자는 그 물질 자체를 발명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그것을 분리하는 공정을 찾아냈을 뿐이라는 것이었다. 참고로, 스위스가 화학 물질을 특허의 대상으로 인정한 것은 1978년이 되어서였다.

 

참고로, 화학 분야에서도 특허 등록의 중요한 기준 중에서 진보성 또는 비자명성(non-obviousness)가 중요하게 고려되는데, 연구실에서 신규의 화학물질을 합성하고 그의 화학구조식을 결정했을 때 그 신규의 화학물질의 산업적 이용성(industrial applicability)을 발견하기 못한 경우에는 특허를 받을 수 없는데, 많은 연구소에서는 수 없이 많은 신규 화학물질이 합성되고 있지만 이들 대부분이 이론적 흥미에 그치고 산업상 이용성을 발견하지 못하기 때문에 특허를 받지 못하고 있다(참고, 살충제 DDT 등). 한편, 중간체(intermediates)가 특허 심사 대상 물질일 수 있는가에 대해서 선진국 등에서는 그 최종 물질(end product)이 산업적 이용성이 있으면 이들을 특허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신규의 화학물질이 산업적 이용성이 있더라도 그의 제법에 기술적 진보성이 없는 경우 즉, 선행기술과 대비하여 자명한 경우에는 특허를 받을 수 없다. 이미 알려진 화학물질과 신규 화학물질의 유사 여부는 그들의 화학구조식(structual formulae)뿐만 아니라 그들의 물리·화학적 특성(physio-chemical properties)이 비교되는데, 이는 신규 화학물질의 특허성이 이미 알려진 화학물질과의 구조식과 용도를 비교판단함으로써 결정됨을 의미한다. 즉, 신규 화학물질의 화학구조식이 이미 알려진 화학물질과 유사하더라도 그 용도가 신규한 때에는 특허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소크의 말과 스위스의 화학 물질에 대한 특허 거부의 논거 등과 관련해서, 최근의 강황(薑黃) 관련 특허와 인간의 유전자 서열에 대한 특허 등 화학과 관련된 특허 중에서 특허 허가 여부와 관련해서 논란이 되었던, 그리고 그 결과가 우리 사회를 바꾼 화학과 관련된 특허에 대해서 다음 글에서 살펴본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