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5, 2024

ssh's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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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알고싶다(152) — 유해 화학물질 이야기 – 독약: 청산가리

 

청산가리(KCN, potassium cyanide, 청산은 사이안화물을 뜻하며, 가리는 (일본식으로 カリウム) 칼륨을 뜻한다. 치사량은 0.20 g이어서 극소량을 섭취해도 사망할 수 있는 매우 강력한 독극물이다.)는 애초에 ‘어두운 파랑’을 뜻하는 그리스어 ‘kyanos’에서 유래했지만 더없이 완곡한 표현이다. 프러시안 블루(Prussian Blue, Fe7(CN)18)는 강렬한 파란색으로 예술가들이 흔히 쓰는 염료인데, 1752년 프랑스의 화학자 피에르 마케르(Pierre Macquer, 1718 ~ 1784)가 사이안화 수소(hydrogen cyanide, HCN) 또는 청산(prussic acid)을 조제하기 위해 사용한 화합물도 이것이었다. 그 결과로, 비록 사이안화물 중에서 일부만이 파란색을 띠지만, 사이안화물을 포함한 분자들에 청산가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사이안화물은 탄소 하나와 질소 하나가 하나의 작용기(functional group, 즉, 이 경우에는 -CN)로 다른 물질에 결합함으로써 형성된다. 사이안화물은 그 종류가 엄청나게 많으며 합성물뿐만 아니라 자연 물질로도 존재한다. 사이안화물의 독성은 분자 내에서 나머지 부분과 사이안 작용기가 얼마나 쉽게 끊어지느냐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사이안화 수소(HCN)는 수소 이온과 사이안 작용기로 비교적 쉽게 끊어지기 때문에 독성이 매우 강해서, 50에서 150밀리그램이면 성인 한 명을 죽일 수 있다. 하지만 똑같은 사이안 작용기가 메틸기(즉, -CH3)와 결합한 사이안화 메틸(CH3CN)은 메틸기와 사이안 작용기 사이의 결합을 끊어내기가 매우 어려워서(대략 5,000배 정도로) 독성이 훨씬 약해서, 실수로 섭취한다고 해도 결합이 끊어져 사이안 작용기가 방출되기 전에 몸 밖으로 배출될 것이다.

 

많은 식물들에 사이안화물이 들어 있는데, 그중 일부는 상당히 위험하다. 위험 정도는 사이안화물의 종류와 양에 달렸다. 벚나무속(Prunus)의 씨앗은 모두 사이안화물을 품고 있다. 복숭아와 버찌, 사과, 고편도(苦扁桃, bitter almond)의 씨는 특히 위험하고 다량 복용 시 치명적일 수 있다. 이들 씨앗에는 아미그달린(amygdalin)이란 화합물의 형태로 사이안화물이 들어 있는데, 소장에서 효소를 통해 쉽게 분해되어 사이안화 수소를 방출한다.

 

자연 물질에서 사이안화물을 추출하는 방법은 수천 년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사이안화물 중독을 언급한 최초의 문헌은 고대 파피루스 기록으로, 신의 이름을 말한 죄로 처단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사이안화물의 또 다른 원천인 월계수 잎은 로마 시대 이후로 사용되었다. 자연 원료의 사이안화물은 비교적 최근까지도 사용되었다.

 

적은 양의 사이안화물을 섭취하는 것으로는 건강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곧잘 실수로 사과 씨를 삼키지만 부작용을 앓는 사람은 없는데, 이는 우리 신체가 사이안화물에 대해 일정 정도 면역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인간은 먹을거리로 삼은 채집 식물들에 맞춰 진화해 왔기 때문에, 수천 세대를 거치는 동안 특정 수준의 사이안화물 노출에 대처하며 적응해 왔던 것이 아닐까. 우리 몸의 모든 세포에는 사이안 작용기를 티오사이안 작용기(thiocyanate, -SCN)로 바꿔 주는 효소인 로다네제(rhodanase)가 있다. 티오사이안 작용기는 사이안화물보다 몇 천 배 독성이 약하며 소변에 섞여 쉽게 배출된다. 우리 몸은 24시간마다 사이안화물 1그램을 처리해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문제는 갑자기 많은 양이 체내로 들어와 과부하가 걸릴 때이다. 참고로, 사이안화물에 완벽한 면역성을 띤 동물이 한 종 있는데, 큰대나무여우원숭이(greater bamboo lemur)는 다른 식물은 거의 먹지 않고 마다가스카르의 왕대 뿌리만을 먹게끔 진화했다. 이 대나무 새싹은 사이안화물을 함유하고 있지만 여우원숭이는 면역성을 함께 진화시켰기에 진수성찬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사이안화물을 달리 얻을 수 있는 원료들도 많다. 과일이나 견과류 말고도 집 안에다 합법적으로 사이안화물을 들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사진이다. 적색의 결정성 고체(crystalline solid)인 페리사이안화 칼륨(potassium ferricyanide, K3Fe(CN)6)과 이미 앞에서 언급되었던 프러시안 블루 또는 페리사이안화 철(ferric ferricyanide, Fe7(CN)18)이라 불리는 화합물은 사진의 색조를 조절하고 청사진(靑寫眞, cyanotypes, blueprints)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둘 다 특별히 독성을 띠고 있진 않으나 산과 섞이면 사이안화 수소를 발생시킨다.

 

사이안화물의 또 다른 형태이자 일반적으로 살인 및 자살에 사용되는 형태는 사이안화 칼륨(potassium cyanide, KCN)이나 사이안화 나트륨(sodium cyanide, NaCN)과 같은 사이안화 염이다. 보통 소금과 마찬가지로 이들 사이안화 염은 쉽게 물에 녹아 사이안화 작용기를 방출하게 되는데, 이때 일부 사이안화 작용기가 사이안화 수소로 되면서 방출된다. 따라서, 사이안화 칼륨이나 사이안화 나트륨은 독성이 매우 강한데, 200~300밀리그램이면 성인 한 명을 죽일 수 있다고 한다. 사이안화 염은 금을 채굴할 때 쓰였는데, 사이안화 칼륨이 금과 반응해 물에 녹는 사이안화 금(gold cyanide)을 내놓기 때문에 돌덩이에서 씻어내기만 하면 되었다. 다음 과정인 사이안화 금에서 금을 추출하는 일도 매우 쉽다. 사이안화 염은 산업적으로 여전히 중요한 화학 물질이며, 화학 실험실 내 자물쇠가 달린 찬장 안에서 종종 볼 수 있다(사이안화 칼륨과 사이안화 나트륨은 한때 살충제로 많이 사용되었는데, 오늘날에는 판매가 엄격히 규제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용 또한 일부에 제한되어 있다.).

 

미국에서는 범죄자를 처형하는 데 사이안화물이 사용되기도 했다. 1921년 네바다 주에서 처음 이 같은 사형 방법이 실행되었는데 대부분 빠른 시간 내에 죽음에 이르렀으나, 일부 수감자들은 계속 숨이 붙어 있는 상태로 몸부림쳤다고 한다. 순서는 이렇다. 먼저 사형수를 밀폐된 방으로 인도한 후, 출입문을 단단히 밀봉하고 레버를 당겨 사이안화 나트륨 알갱이들을 사형수가 앉은 의자 아래 황산이 든 양동이 안으로 떨어뜨린다. 수감자가 죽고 나면 내부를 새로운 공기로 채운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으로 가스실에서 마지막으로 사형수가 처형된 것은 1999년이었으며, 최근에는 약물을 직접 주입하는 방법을 보다 선호한다고 알려져 있다.

 

사이안화물을 살인에 가장 많이 사용한 이들은 나치였다. 나치는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사이안화물을 이용해 수백만 명을 대량 학살했는데, 흑사병을 잡겠다는 핑계로 그들은 치클론 B(Zyklon B, 사이안화물을 기반으로 한 살충제의 상표명)를 대량으로 제조했는데, 치클론 B통에는 안전장치가 달리고 향(브로모아세트산에틸, ethyl bromoacetate)이 더했다. 향을 더한 것은 통 안의 내용물이 밖으로 샐 경우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사이안화 수소의 끓는점은 섭씨 260도이지만, 뜨겁고 폐쇄된 가스실 안에서 빠른 속도로 기화될 수 있었기 때문에, 다량의 사이안화 수소가 빠르게 작용하여 거의 즉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 갔다고 한다. 전쟁이 끝을 향해 가자 히틀러 본인을 포함한 나치 장교들은 사이안화물이 든 캡슐을 복용하여 목숨을 끊었다고 알려져 있다.

 

 

[청산가리 독성의 원리]

 

사이안화물이 죽음을 부르는 것은, 일반적으로, 시토크롬 c 산화 효소(cytochrome c oxidase)라는 효소와 상호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몸속으로 들어오는 사이안화물이 아미그달린이건 사이안화염이건 결과는 같다. 사아노제닉 글루코시드(cyanogenic glucosides)는 소화관에 있는 효소와 작용하고, 사이안화염은 위산과 반응한다. 두 경우 모두에서 사이안화 수소가 만들어진다. 사이안화 수소는 빠르게 혈액으로 흡수되어 손상을 입힐 신체 부위로 이동한다. 혈액 내에서 사이안화물은 헤모글로빈(hemoglobin)에 달라붙어 있다. 폐로부터 우리 몸 곳곳으로 산소를 운반하는 단백질인 헤모글로빈은 공 모양의 4개 단위(a2b2)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각의 단위는 철 원자 하나에 산소(혹은 사이안 작용기가 있을 경우에는 사이안 작용기)가 결합해 있는 형태이다. 사이안 작용기는 산소보다 더 강하게 철과 결합하기 때문에 산소를 대신해서 헤모글로빈에 달라붙게 된다. 헤모글로빈의 역할이 산소를 신체 내부에 고르게 분배하는 것이기에 헤모글로빈과 결합한 사이안 작용기는 재빠르게 세포 안으로 운반된다. 한편, 우리 몸의 거의 모든 세포는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를 가지고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헤모글로빈이 운반한 산소를 처리하는 과정, 즉 (세포) 호흡을 수행함으로써 세포의 엔진 역할을 한다. 즉, 미토콘드리아에서의 전자전달계 과정을 통해 아데노신 3인산(adenosine triphosphate, ATP)이라는 형태로 에너지를 방출한다. 많은 양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세포들은 미토콘드리아도 다량으로 가지고 있다. 간세포에는 미토콘드리아가 2,000개 이상 있으며(적혈구 세포에는 하나도 없다), 특히 에너지 소모량이 많은 심장과 신경세포에서 미토콘드리아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당연하게도, ATP를 생산하는 복잡한 과정 내 개별 단계는 특정 효소의 통제를 받는다. 그 중에서, 시토크롬 c 산화 효소는 호흡 반응의 마지막 단계를 책임지고 있는데, 시토크롬 c 산화 효소의 활성 부위에 철 원자가 있으며 보통은 이곳에서 산소가 결합한다. 하지만 산소 대신 사이안 작용기가 자리를 꿰찬 경우 화학 반응(즉, 세포 호흡 또는 전자전달계 반응)이 더 이상 전개되지 않는다. 따라서 에너지가 생산되지 않으므로 세포는 기능을 멈추게 되고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사이안화물을 다량으로 복용하면 우리 몸 곳곳에서 엄청나게 많은 세포들이 죽음에 이르는 탓에 몇 분 내에 사망하게 된다. 조금 오래 버티는 사람들이 일부 있긴 하나 대체로 네 시간이면 죽음을 맞는다. 사이안화물에 중독된 사람들은 죽기 직전 어지럼증과 가쁜 호흡 및 빠른 맥박, 구토, 홍조, 나른함, 의식 불명 등의 증세를 보인다.

 

 

[청산가리 해독제]

 

청산가리에 대한 응급 처치는 사이안화물이 시토크롬 c 산화 효소와 만나기 전에 최대한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어떤 해독제를 사용하건 관건은 얼마나 빠르게 사이안화물과 반응시켜서 사이안 작용기가 시토크롬 c 산화 효소와 덜 결합하도록 하느냐이다. 심지어 해독제가 다양하게 존재하는 오늘날에도 사이안화물 중독 사고의 95퍼센트는 죽음에 이른다. 인공호흡은 구조자가 중독자들의 폐나 위로부터 사이안화수소를 들이마실 우려가 있기 때문에 권장되지 않는다. 사이안화물을 다루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경우를 대비해 사이안화물 해독제를 항시 소지하고 있다.

 

해독제로 효과가 처음 알려진 것은 1857년에 합성된 화합물인 아질산 아밀(amylnitrite)이다. 아질산 아밀의 효능은 곧바로 알려졌다. 1859년에는 근육의 긴장을 완화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져 심장에서 발생하는 통증이나 협심증을 치료하는 데 쓰였는데, 19세기 들어설 무렵에는 사이안화물 중독 치료에도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다. 미국에서 관련된 연구가 진행되었고 1933년 논문으로 발표되었다. 아질산 아밀은 끓는점이 섭씨 21도인 무색 투명한 액체이다. 유리병의 뚜껑을 열었을 때 기화된 액체를 들이마실 수 있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파퍼스(poppers)’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화합물이 하는 역할 중 하나는 헤모글로빈을 비슷한 형태인 메트헤모글로빈(methaemoglobin)으로 바꾸는 것인데, 사이안 작용기가 시토크롬 c 산화 효소에 있는 철보다 메트헤모글로빈에 있는 철에 더 잘 결합하기 때문이다. 메트헤모글로빈과 사이안 작용기가 결합한 화합물은 독성이 없으며 소변을 통해 안전하게 배출된다. 덕분에 시토크롬 c 산화 효소는 사이안화물에 오염되지 않은 채 정상적으로 산소를 처리할 수 있다. 이 치료법은 오늘날에도 쓰이고 있지만 단점이 있다. 메트헤모글로빈은 산소와 결합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치료 과정에서 산소 부족을 경험하게 되고 그 결과 두통이나 경련이 유발될 수 있다. 또 다른 화학 물질인 메틸렌 블루(methylene blue)가 메트헤모글로빈을 헤모글로빈으로 되돌려 놓는 역할을 하며, 그러고 나면 다시 정상적으로 산소가 공급된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사이안화물 해독제가 많은 종류로 구비되어 있지만 모두가 합병증의 위험을 안고 있다. 대부분 아질산 아밀과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하여 사이안 작용기가 결합할 수 있는 대체제를 제공함으로써, 시토크롬 c 산화 효소가 영향을 받지 않게끔 한다. 비타민 B12의 한 형태인 히드록소코발라민(hydroxocobalamin)은 메트헤모글로빈과 유사하게 작용하며 독성이 없고 소변을 통해 배출되는 사이안화물를 만들어낸다. 이 해독제는 체내 헤모글로빈을 손대지 않으므로 추가 치료가 필요치 않다는 것이 장점이다. 불행히도 히드록소코발라민은 가격이 비싸서 보편적으로 사용되지는 못한다고 한다. 대신, 켈로시아노(kelocyanor)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는 디코발트-EDTA(dicobalt-EDTA)가 히드록소코발라민의 값싼 대체제로 사용되고 있다. 사이안 작용기는 철에 잘 달라붙듯 코발트와도 잘 결합하는데, 코발트 화합물은 그 자체로 독성을 띠기 때문에 사이안화물에 중독되지 않은 사람에게 켈로시아노를 투약하면 오히려 사망할 수도 있다.

 

우리 몸이 갖고 있는 고유의 방어 체계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수백만 년 동안 음식물을 통해 섭취한 사이안화물을 처리하게끔 진화한 효소인 로데나제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 효소는 티오황산 이온(thiosulfate, S2O32-)을 사용해 사이안 작용기를 티오사이안 작용기(-SCN)로 변환시킬 수 있는데, 문제는 반응 시간이 너무 느린 탓에 갑작스레 다량의 사이안화물에 중독된 경우에는 효과적이지 않다. 효소가 더 많은 사이안화물을 다룰 수 있도록 체내에 추가로 티오황산염을 공급하거나, 종종 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해 아질산 아밀과 함께 투약하기도 한다. 다만 아직까지 이 치료 방법은 몇몇 사례 연구와 동물 실험 단계만을 거친 수준일 뿐이다. 신체가 자연적으로 사이안화물을 처리하는 동안 산소를 공급하는 것도 하나의 치료법이긴 하나, 생명을 조금더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뿐 그 자체로 해독제가 되지는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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